[테크월드뉴스=한평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AI와의 상호작용 방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명령 수행자였던 AI가 이제는 인간과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상 연애 앱과 AI 기반 챗봇의 등장으로 일부 사람들은 AI와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AI와 연애’라는 개념이 더이상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AI와 감정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현대사회
AI 기술의 발전은 주로 자연어 처리와 감정 인식 기술의 발전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이 크게 향상되면서 AI는 사람의 언어와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반응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인간과 AI간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는 것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레플리카(Replika)’라는 AI 기반 가상 친구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앱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며 사용자 맞춤형 대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들은 레플리카와 상호작용을 통해 위로를 받고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감정적 유대를 느낀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인간과 AI간의 관계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선 감정적 상호작용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는 일본의 ‘게이트박스(Gatebox)’라는 가상 연애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홀로그램 기기를 통해 AI 캐릭터와 일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AI 캐릭터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직장에서 돌아오면 AI 캐릭터가 사용자를 반겨주며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경험은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정적 만족을 제공하고 현실에서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와의 연애가 제공하는 장점은
AI와의 연애는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첫 번째로 AI는 인간과 달리 실수를 하지 않으며 언제나 예측 가능한 반응을 제공한다. 실제 인간 관계에서는 오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AI와의 관계는 이러한 복잡성을 배제, 사용자에게 항상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더 큰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로 AI는 끊임없이 학습하며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이해하고 이에 맞춘 맞춤형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다. 레플리카와 같은 앱은 사용자의 대화 패턴과 감정 상태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적절한 위로나 격려의 말을 건네며 그들이 원하는 감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러한 맞춤형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AI와의 관계에서 더욱 깊은 감정적 유대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로 AI는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은 AI와의 관계에서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AI와 소통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큰 장점을 발휘했는데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 속에서 AI를 통해 감정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AI 기반 연애 앱이나 가상 친구 서비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며 사람들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을 올린 일본의 콘도 아키히코씨. [사진=콘도 아키히코 페이스북]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미 AI 연애 중
일본은 특히 AI와 가상 연애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일본의 ‘콘도 아키히코’라는 남성은 지난 2019년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을 올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게이트박스의 홀로그램 기기를 통해 하츠네 미쿠와 교류하며 그녀와의 감정적 관계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례는 AI와의 관계가 실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AI와의 상호작용에서 깊은 위로를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AI 연애 앱 ‘샤오아이스(Xiaoice)’는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에게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사용자의 감정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대화를 이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AI와의 상호작용에서 감정적 위로와 만족을 얻고 있다.
샤오아이스는 원래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 연구소에서 개발한 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아지면서 MS측은 샤오아이스를 독립된 회사로 분리시켜 그 자체로 하나의 AI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AI 연애시장의 가능성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처럼 AI와의 연애 관계는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점점 더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리‧사회적 논쟁은 풀어나가야할 숙제
AI와의 연애가 가져오는 새로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우선 AI와의 연애가 진정한 의미에서 ‘연애’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AI는 자율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제공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과 AI 간의 감정적 교류는 단지 인간의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방적인 상호작용일 뿐 진정한 감정적 유대라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또 AI와의 관계가 인간 간의 진정한 관계를 대체할 위험성도 있다. AI는 언제나 사용자에게 긍정적이고 맞춤형으로 반응하므로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복잡함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AI와의 관계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 또는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AI와 가상 연애에 의존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점차 약화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불어 AI와의 연애 관계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와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기록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AI와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AI 연애의 미래와 새로운 형태의 관계도 생각해봐야
AI와의 연애가 미래의 인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AI는 인간의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러한 관계가 인간 간의 전통적인 관계를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직까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여지고 있다.
미래에는 더욱 발전된 AI 기술이 인간과의 감정적 상호작용을 한층 더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인간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더욱 잘 이해하고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AI와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오한 형태로 경험할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와의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인간과 AI 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와의 감정적 교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그 관계가 인간성을 약화시키거나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AI와의 상호작용에서 감정적 만족을 얻는 동시에 인간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AI와 연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AI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AI간의 관계를 감정적 교류로 확장시켰으며 이제 사람들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연애와 유사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윤리적, 사회적 논쟁을 동반하고 있다. AI와의 관계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AI와 인간의 감정적 교류는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주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 테크월드뉴스(https://www.epnc.co.kr)